밝은 빛과
영화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영롱하게 빛나는 감독의 눈부신 통찰력

루카는 시칠리아에서 태어나 에티오피아에서 유년기 일부를 보내고 지금은 이탈리아 북부에 자리한 소도시 크레마에 살고 있다. 이 사진은 Mark Peckmezian이 크레마에서 촬영했다.

인터뷰 GERT JONKERS
사진 MARK PECKMEZIAN

Gert Jonkers(이하 GJ): 루카 감독님, 어디 계세요?

Luca Guadagnino(이하 LG): 계속 이동하고, 일, 일, 일만 하다가 드디어 집에 왔어요.

GJ: 휴가를 즐길 준비가 되셨나요?

LG: 아직요. 아직 할 일이 좀 남았지만 끝내면 휴가를 즐기게 되겠죠.

GJ: 보통 어디 가세요? 휴가를 어떻게 보내시죠?

LG: 집에서 요리를 해요.

GJ: 정말요?

LG: 그럼요. 정신없이 요리를 해요.

GJ: 해변에 가서 햇볕을 쬐는 휴가 마니아는 아니신 건가요?

LG: 햇볕은 안 좋아해요. 그리고 워낙 많이 돌아다녀서 그냥 집에 있고 싶어요. 솔직히 말하면 영화 두 편을 연달아 찍기로 했을 때 제 에너지를 잘못 계산했습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서스페리아>요. 계속 여기저기 다니면서 두 영화를 홍보해야 한다는 걸 제대로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홍보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제일 재밌는 부분이 아닌데 말이에요.

GJ: 영화감독이 햇빛을 싫어한다니 흥미롭네요. 영화의 기본은 빛이 아닌가요?

LG: 동의해요. 빛이 있거나 없거나요. 그리고 저 자신에게 전적으로 빛이 필요하기도 해요.

GJ: 일할 때 말씀이신가요?

LG: 제 삶에요. 저는 빛이 없으면 잠을 잘 못 자거든요.

GJ: 올빼미형이 아니세요?

LG: 전혀요. 전 아침형 인간이에요.

GJ: 빤한 질문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감독님의 작업에서 조명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빛을 유독 아름답고 정밀하게 사용하시잖아요. <아이 엠 러브>의 다채로운 황금빛, <비거 스플래쉬>의 작열하는 태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따스한 낭만, <서스페리아>의 서늘한 빛이 일품이었죠.

LG: 서늘하다고요? 제 생각에 <서스페리아>의 빛은 결말과 관계없이 잔잔했다고 생각해요. 감독으로서 하는 일이 그런 거죠. 이야기하려는 줄거리를 바탕으로 적절한 빛을 찾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 때 제가 빛에 특히 신 경쓰기는 하는 것 같아요.

GJ: 당분간 아무 일도 안 하실 거라고 하셨지만, 감독님을 아는 입장에서 생각하면 믿기지 않습니다. 휴식을 취하고 싶으시겠지만 새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대기 중일 것 같은데요?

LG: 올봄에 제작하는 영화가 있어요. 하지만 앞으로 예닐곱 달은 영화 제작에 많이 참여하지 않으려고 해요. 시골에 사둔 집을 손봐야 하고, 인테리어 디자이너 일도 물론 계속할 겁니다.

GJ: 시골에 집을 사셨다고요?

LG: 집을 새로 샀어요. 환상적인 곳이죠. 여름마다 한 달씩은 그 집에서 지내고 싶어요.

GJ: 와, 오래된 집인가요?

LG: 아주 오래됐어요.

GJ: 고전적인 이탈리아 시골 저택이요?

LG: 나중에 사진을 보내드릴게요.

GJ: 어떻게 개조할 계획인가요? 중심 컨셉을 잡으셨나요?

LG: 그 집은 19세기 초에 지어진 다음, 19세기 말에 아르누보 스타일로 유명했던 아주 훌륭한 이탈리아 건축가 Carlo Ceppi가 재단장한 집입니다. 토리노 중앙역을 설계하고, 부유한 사회에서 잘나가는 건축가였죠. 그는 60년된 시골 저택을 재단장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말하자면 아르누보 껍데기를 만들었어요. 그로부터 백 년도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 그 집은 Ceppi의 손길에 얽매여 있습니다. 저는 그가 해놓은 것들과 소통하고 대화를 나눠보려고 해요. 천을 많이 쓸 생각입니다.

GJ: 좋네요. 햇빛은 잘 드나요? 아니면 어두침침한 창고 같나요?

LG: 아주 밝아요. 아주, 아주, 아주, 아주 밝아요. 아름다운 집이죠.

GJ: 정원도 있나요?

LG: 6만㎡짜리 대정원이 있습니다.

GJ: 와, 몇 년 전에 제게 말씀하신 꿈을 이루셨네요. 언젠가 근사한 정원이 딸린 집을 가지고 싶다고 하셨었죠.

LG: 그러니까요! 드디어 꿈을 이뤘어요. 하지만 이제 집을 손봐야 해요. 영화는 제쳐두고 인테리어 디자인만 할지도 모르죠.

GJ: 달빛이 낭만적이라고 생각하세요?

LG: 저는 달이 좋지만 무섭기도 해요. 이리 들린 사람이 생각나서요.

GJ: 이리 들린 사람이요?

LG: 네, 다른 말로 뭐라고 하더라? 늑대인간이요.